서로의 샅바를 잡고 힘과 기술로 승부를 겨루는 경기, 씨름
세시 풍속과 놀이로 민중의 삶에 자리 잡은 씨름에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다. 씨름은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전통으로 세대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세계 곳곳 지구촌을 잇는 하나의 축제가 된 것이다. 수천 년을 이어온 한민족의 씨름이 분단의 벽을 넘어 다시 하나가 되었다.
2018년 11월, 모르 셔스의 수도에서 무형 유산 보호 협약 위원회가 열렸다.
남북한의 씨름이 인류무형 유산에 공동 등재되는 놀라운 순간이었다.
무려 24개 위원국에 만장일치로 이뤄낸 이 사건, 유네스코는 이번 공동 등재가 남북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평화와 화해의 단계로 나아가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씨름은 질긴 광목천으로 만들어진 샅바라는 도구를 활용해 상대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리는 경기이다. 이를 통해 씨름은 손, 다리, 허리 등 다양하고 역동적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18세기에 그려진 김홍도의 씨름도에도 다리에 샅바를 맨 바 씨름이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설날과 추석에 가장 큰 씨름 경기가 열리는데 이는 예로부터 씨름을 즐기던 풍속을 지키는 것이다.
씨름은 몸이 모래판에 닿기 전까지 결코 승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재미와 즐거움이 크다.
중국 길림성 도문시 백 년 마을, 고향을 떠나온 이들이 지켜온 한민족의 문화는 곧 자신들의 뿌리이자 정체성이기도 했다.
명절날 큰 행사는 단연 씨름, 이들에게 씨름은 곧 자존심을 지키는 운동이다.
유네스코에서도 인정한 바와 같이 씨름이 지속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끊임없는 계승에 있다. 씨름은 가정에서 전 세대가 공유하는 놀이로서의 역할도 컸다. 아르헨티나의 한인 교포들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매년 한인 행사를 개최한다.
또한, 자체적으로 씨름협회를 구축, 씨름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씨름은 쉬운 경기방법을 비롯해 관중과 호흡이 가능하기 때문에 즐거움과 몰입도가 높다.
씨름은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놀라운 힘을 지녔다.
한판승을 겨루고 그것을 응원하며 오랜 전통을 모두가 함께 즐기고 향유하는 것, 그 속에 씨름이 주는 즐거움과 기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