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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위로 흐르는 오케스트라 음악과 지휘자의 뒷모습...

 

상징적 이미지와 음악으로 형상화된 창작자의 존재에 관해 화두를 던지는 프롤로그에 이어,

36년 전의 사진 한 장을 모티프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포르투갈 모던 시네마의 거장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의 삶과 작품세계에 관한 주앙 보텔로 감독의 주관적 탐구와 내면적 여정이다.

 

그 탐구의 여정은 올리베이라가 연출한 수많은 영화의 장면들에 보텔로의 기억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영화적 의미를 만들어낸다. 

 

Cinema, Manoel de Oliveira and Me_Stil_03.PNG


영화 중반부까지 주를 이루는 전기영화(biographical film)로서의 헌사적 평론(혹은 평론적 헌사)은

철학적 테마와 존재론적 문제의식은 물론, 롱테이크와 고정 쇼트의 미학, 시적 리얼리즘과 순수영화(pure cinema)에의 갈망 등

올리베이라의 일생의 영화적 화두와 영화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시하지만,

 

평론적 시선은 객관의 틀에만 머물지 않으며, 헌사적 감흥 또한 주관의 굴레에만 갇혀있진 않다. 
평론적 헌사(혹은 헌사적 평론)라는 형용모순은 보텔로의 다성적 시선에 의해 무의미해지며, 삶과 예술을 일체화하려던 한 예술가를 기억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유효한 방식이 된다.

특히, <소녀의 장갑>이라는 제목을 지닌 후반부의 흑백 무성 단편영화는

올리베이라가 세상에 남긴 미완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보텔로가 연출한 경이로운 작품으로 전기영화의 클리셰를 넘어서기에 충분하다.

 

Cinema, Manoel de Oliveira and Me_Still_01.PNG

 

위대한 시네아스트에 관한 전기영화로서의 절제된 평론적 시선은

인생과 영화의 스승이자 동료에 관한 주관적 기억의 궤적을 따라 변주되고,

떠난 이의 마지막 창작의지를 가상적으로 구현함으로써 더할 수 없는 헌사를 실천하며 불멸의 예술혼을 계승한다.

전기영화의 전형적 요소를 세밀한 탐구로 보완하고, 주관적 기억으로 초월하며, 가상적 창작으로까지 확장한 보텔로의 영화적 실험은

올리베이라의 삶과 영화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차민철)


Cinema, Manoel de Oliveira and Me_Stil_0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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