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태풍의 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덴빈, 볼라벤에 이어 산바까지! 3번의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피해가 속출했다. 그 중 문화재 또한 많은 피해를 입었고 그러한 기사를 많이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훼손된 문화재들은 누가 복구할까? 문화재수리업체에서 고용한 문화재수리기능공들이다. 쓰러진 천연기념물이나 무너진 건물 등을 직접 제 모습으로 찾아 주는 문화재수리기능공들을 위한 특별한 자격증이 있다. 바로 문화재수리기능자라는 자격증이다.
문화재수리기능자란?
문화재수리에 대한 현장실무를 갖춘 전문기능 인력을 배출, 문화재 수리현장을 효율적·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부실시공을 방지하여 철저한 문화재 원형보존을 기하고 문화재수리기술자의 감독 하에 문화재 수리에 관한 업무를 하에 문화재 수리에 관한 업무를 담당할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전문기능인력
다시 말해서 문화재수리기능자 취득자는 그 자격으로 문화재수리공사에 적합하다는 것을 인정 받은 것이다. 18개 종목 22개 분야([한식목공(대목수, 소목수), 한식석공(가공석공, 쌓기석공), 화공, 드잡이공, 번와와공, 제작와공, 한식미장공, 철물공, 조각공(목조각공, 석조각공),칠공, 도금공, 표구공, 조경공, 세척공, 보존과학공(훈증공, 보존처리공), 식물보호공, 실측·설계사보, 박제 및 표본제작공, 모사공, 온돌공) 이 자격증은 응시자격은 따로 없고 필기시험 없이 실기시험과 실기시험 당일 날 이루어지는 면접으로 평가한다.
문화재수리기능자 시험 현장
시험장은 3년 전부터 충남 부여에 위치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치러지고 있다고 한다. 올해 역시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치러졌고 교통 등 문제로 3일에 나눠져 치러지는 시험을 둘러보았다.
가공석공과 석조각공의 시험장이다. 이 둘은 성격이 비슷해서 그런지 바로 옆에서 붙어서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가공석공은 기둥의 초석이나 기단처럼 움직이지 않는 유구로 사용될 석재들을 치석하는 일을 하고 석조각공은 가공석공보다 좀 더 섬세하게 조각을 세기는 일이라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공석공 시험은 하회탈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면접관에게 석조로 된 하회탈이 문화재로 있느냐고 물었더니 하회탈을 시험문제로 낸 이유는 석공들이 치석을 하는 기법을 보기위해서지 이런 문화재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면접 내용은 수험자가 가지고 있는 문화재에 대한 생각과 백제계 석조문화재로 무엇이 있는지, 석조문화재의 훼손 시 대체요령에 대한 것이었다.
이 곳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내에 있는 한옥 건물인데 실측·설계사보 시험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실측·설계는 현존하는 건물을 도면 또는 글로 기록하는 분야인데 이렇게 기록된 자료들은 높은 정확도로 기록되어 있어져 후에 있을 수리·정비와 연구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분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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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박제 및 표본제작공과 화공의 시험이 치러지고 있던 체육관 내부이다. 다들 워낙 집중하고 있던지라 숨죽이고 지켜봐야했다. 박제 및 표본제작공 수험생들이 어떤 조류를 박제하고 있었는데 살을 껍질에서 발라내고 인위적인 모습으로 만드는 과정은 사실 많이 징그러웠다.
화공들은 건물 어딘가의 단청을 모사하고 있었는데 전혀 할 줄 모르는 제가 봐도 잘 그리는 사람은 눈에 띄었다.
미장공의 시험장이다. 미장공은 건물의 벽을 메꾸고 마감하는 일을 한다. 가운데는 가늘게 켠 대나무를 격자로 고정시키고 짚을 묶고 점토를 바른 다음 석회를 칠했다. 실제 건물에서 미장시험을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여 사진에서와 같이 미리 준비된 판에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이 곳은 소목 시험장이다. 소목은 한식목공에서 대목과는 다른 분야로 건물에서 건물의 큰 틀을 짜는 사람이 대목이라면 세부 초각이라든지 창호와 기타 실내가구를 짜는 사람이 바로 소목이다.
목조각공시험장이다. 목조각공은 소목보다 더 섬세한 작업을 하고 평면적으로 조각하는 부조와 입체적으로 조각하는 환조로 나뉜다. 이날 시험장에서는 환조로 거북이를 만들고 있었다.
표구공 시험장이다. 표구공은 글씨나 그림의 뒷면이나 테두리에 종이나 천을 감싸는 일을 하는데 이 일을 쉽게 보면 되지 않는 것이 어설픈 표구공이 표구를 하면 종이에 곰팡이가 생기고 멋이 떨어진다고 한다. 일전에 지인에게 듣기론 표구일이 작품에서 화룡점정(?龍點睛)이라고 한다.
문화재수리기능자(대목) 시험체험
나는 22개 분야 중 하나인 문화재수리기능자(대목) 분야에 응시하고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고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나는 평소 이 자격증에 관심이 많아서 오랫동안 준비를 했고 취재를 겸해서 시험에 임했다.
700명 정도 응시한 대목분야 시험은 가장 많은 사람이 응시하며 필요한 준비물도 많아서 문화재수리기능자 시험 중에서 가장 소란스럽고 북적거리는 시험이었다. 만약 이 시험에 응시한다면 최대한 일찍 시험장에 도착하기를 권한다. 8시 소집 9시 시험시작이지만 내가 7시 반에 도착했을 때 이미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나무를 골라 자리를 잡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시험전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험은 건물의 기둥 위에 올라가는 공포에서 주두와 첨차, 앙서형 살미를 만드는 문제가 나왔다. 면접은 시험이 치러지는 오전에 면접관이 직접 수험생을 찾아가서 이루어졌다. 질문은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의 차이, 한옥의 공포 4가지 형식, 숭례문에 대해서, 추녀길이를 잡는 방법, 목수 경력 등에 대한 것이었으며, 이론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물었다. 치목을 굉장히 잘하시는 분들도 이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
▲ 살미의 앙서를 초각하는 모습
7시간 동안 치르는 시험이라서 자신만만했는데 문화재수리기능자시험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도 진도가 나가지 않고 먹을 다시 놓는 실수를 많이 해서 미완성품을 제출해야 했다.
▲ 수험생 작품
오랫동안 준비했기 때문에 무척이나 아쉬웠다. 하지만 잘 만든 작품을 보니 내 실력이 모자란 것도 실감을 할 수 있었다.
문화재수리기능자의 취재와 체험 그 후
문화재수리기능자 시험이 비록 기능공에 국한되어 있고 유형문화재의 보존에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지만 이 시험이 무형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긍정적이다고 생각한다. 무형문화재는 전수를 통해서만 전달이 되기 때문에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아무리 좋은 무형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수자의 자질이나 의욕에 의해서 얼마든지 왜곡되어 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문화재수리기능자는 국가공인자격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며 무형문화재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자부심과 전수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글/사진 : 박민창 기자
한국건축을 배우고 있는 학생이다. 항상 건축문화재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으며 건축문화재가 사회의 문화컨텐츠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