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무술이 있다. 바로 태권도이다. 올림픽의 공식 종목으로 인정됨은 물론 교과 내용에도 태권도가 등장하며 주변을 보면 남자 아이들 여자 아이들 할 것 없이 태권도 학원을 다녀봤다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무술인 태권도는 직선적인 발차기가 특징인 반면에 섬세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움직임이 특징인 무술이 있다. 바로 택견이다. 아직까지는 태권도에 비해 생소하기만 한 택견, 택견이란 과연 언제부터 있었던 것일까?
택견의 역사
택견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우리는 고구려 무용총의 수박희도(수박희는 택견의 다른 이름이다)에서 택견과 비슷한 동작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적어도 삼국시대 이전에 택견의 기본적인 틀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음을 추측 할 수 있다.
▲무용총에서 발견된 수박희도(수박도)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이와 같이 택견의 역사는 오랜 옛날로 거슬러 간다(그러나 최근에는 ‘본 때 보인다.’라는 택견의 용어를 통해 택견의 시작이 조선 말엽의 격동기에 사회 개혁의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중인층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리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는 추측도 등장하고 있다). 원시시대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추측되고 있는 택견은 고려시대의 기록에서 수박이나 수박희라는 이름으로 자주 등장한다. 무신정권의 권력자 중 한명이었던 이의민이 수박을 잘하여 승진하였다는 기록도 남아있고 왕이 수박희를 구경했다는 등 이렇게 남아있는 다양한 기록들은 우리로 하여금 그 당시 택견이 인기 있고 폭넓게 전파되었던 무예였으며 제도적으로도 장려되던 무예였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지배계층에게 사랑받았던 고려시대와는 달리 조선시대로 넘어오면서 택견은 지배계층에게 소외되어 주로 중인층들과 하층민들을 중심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택견은 민중들에게 더욱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고 민중들에 의해서 그 맥이 유지되게 되었다. 하지만 택견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일제의 택견이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명목 아래에 택견판을 열지 못하게 하고, 어린아이들이 장난삼아 하는 애기택견 마저 금지하며 말을 듣지 않으면 그 마을의 어른들이나 그 집안의 어른들을 끌고가 협박하는 등 탄압하며 계속 위협을 가하자 점차 택견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택견은 다행히 조선의 택견꾼 송덕기 옹을 통해 그 명맥이 이어지게 되었다.
▲ 택견 기능보유자 현암 송덕기(한국민족문화대백과)
택견의 인정
이렇게 때로는 최고의 대접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그 맥이 사라질 수 있었던 위협을 받으며 택견은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의 고유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민족을 대표하는 무예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된 택견은 1983년 송덕기 옹의 제자인 신한승 선생님의 노력으로 중요 무형문화재 제 76호로 지정 되었다.
▲ 근세 택견의 마지막 전승자 신한승(한국민족문화대백과)
그 후 택견 경기 재현, 시연을 비롯한 택견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이 본격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현재에는 사단법인 한국택견협회(http://www.krtga.com/)에 등록된 많은 택견 전수관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크고 작은 택견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세워져 이제는 택견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택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또한 국내의 크고 작은 전수단체 뿐만 아니라 세계 택견 연맹을 통해서 택견의 존재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택견의 세계화를 위해 세계택견대회를 개최하고 택견을 알리기 위해서 '리듬 오브 택견'을 공연하기도 하며 노력 끝에 2011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http://www.unesco.org/culture/ ich/en/RL/00452)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 리듬오브택견의 공연사진
택견의 가치
무술과 유희가 결합되어 단순화된 택견은 세계 무술 스포츠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급소를 되도록이며 피하며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은 부분을 공격목표로 하는 택견은 상대방을 향한 배려가 있다. 하지만 이런 특징 때문에 ‘그럼 격투기로서의 기능은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 라는 물음조차도 고도의 절제를 요구함과 동시에 익숙해지면 기능을 온전히 다 할 수 있는 기술들을 통해 그 물음에 답해준다. 또한 얼굴을 차면 승패가 결정 될 수 있음에 따라 고난도의 발기술을 즐길 수 있고, 택견의 짙은 유희성은 긴박하고 경쾌한 경기를 선사해준다. 그리고 다양하고 종합적인 발 기술 구사를 통해 ‘백기신통비각술(百技神通飛脚術)’ 즉 유한한 몸에서 내는 무한한 발기술의 예술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택견의 원리
전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택견은 우리나라 고유의 부드러운 곡선의 몸짓을 이어온 전통무술로서 몸에 큰 무리가 없으며 손발의 움직임과 근육의 움직임이 일치함으로써 부드럽게 공방을 펼칠 수 있는 무술이다. 택견은 기본연습이라 할 수 있는 혼자 익히기, 상대연습인 마주메기기, 마지막으로 맞서기인 견주기. 이렇게 크게 세단계로 이루어진다. 독특한 택견의 품밟기와 활개짓을 통해 유연성과 리듬감을 형성하게 되며 이 유연성과 리듬감은 택견의 기본원리가 된다. 택견의 가장 기본이 되는 몸가짐인 원품, 좌품, 우품을 연결하여 택견만의 독특한 율동적인 몸놀림을 구사하는 것이 품밟기이며 활개짓긁기, 활개짓제치기, 활개짓헤치기, 활개짓쳐들기, 활개짓돌리기로 구성되는 활개짓은 발을 보조하는 손놀림을 의미한다. 공격의 중심이 되는 발길질에는 걷어차기, 째차기, 후려차기, 내차기, 곧은발질, 는질러차기가 있으며 이 동작들 모두 딱딱한 직선의 발길질이 아니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탄력을 이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위와 같은 몇 가지 안 되는 단순한 동작들을 이용하여 무궁무진한 응용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택견은 실기위주의 무예임을 알 수 있다.
▲ 택견의 기본이 되는 몸가짐 품. 왼쪽부터 원품, 좌품, 우품 (한국택견협회)
오랜 역사를 간직하며 우리민족과 함께해온 택견, 이제는 태권도나 다른 무예를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택견을 더 가까이 할 필요가 있으며, 음양의 조화가 잘 이뤄졌고 실제적으로 사용하기에도 뛰어난 택견을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고 보급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나 어릴 때 태권도 배워봤어’라는 말만큼 ‘나 어릴 때 택견 배워봤어’라는 말을 쉽게 듣게 될 그날을 기대해본다.
글 / 블로그기자단 서지인
남달리 역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한 여고생 기자이다. 기자를 향한 꿈을 키우고 있으며 늘 역사와 기자 그리고 카메라를 동시에 잡을 궁리를 하며 미래를 향해 부푼 기대를 안고 살아간다. 아직 모든 것이 미숙하기만 한 초보이지만 늘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