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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 이야기

[국내리포트] 전통에 디자인을 조우한다 - 아트디렉터 최웅철

  •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2-12-24 조회수5034

전통에 디자인을 조우한다.

아트디렉터 최웅철

 

 

지난 9월 코엑스에서 열렸던 ‘전통공예 미래전-진변진용展‘의 작품들. (출처-천지일보)

 


전통공예 장인과 현대 디자이너의 콜라보레이션
지난 9월 강남 코엑스 특별관에서 열렸던 ‘전통공예 미래전-진변진용’展. 이 전시는 전통공예의 판로 개척을 위해 무형문화재 공예분야 이수자와 디자이너들이 콜라보레이션한 것으로, 갓일, 자수장, 침선장, 목조각장, 소목장, 나전장, 장도장, 유기장 등 8종목 15명의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와 아트디렉터 최웅철, 디자이너 박재우, 전범진, 임태희, 스타일리스트 서영희, 신경옥 등 디자이너 6명이 참여한 프로젝트였다.


전통공예의 판로 개척위해 전통공예 장인과 디자이너를 함께 작업하도록 하는 일이 정말 옳은 일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전담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장인은 기능만을 펼치게 될 것이다. 전통시대 장인이 직접 기물을 고안하고 만들었던 것과는 대조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전통시대에도 사용자가 장인에게 주문하여 물건을 만들기도 했지만, 전문 디자이너가 관여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전통공예 장인과 디자이너의 만남이 어떻게 순기능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이번 취재를 결심했다.


이런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전통공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미래를 바라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직접 얘기를 들어보기 위해 아트디렉터 최웅철 씨를 찾았다.

 


 진변진용전의 아트디렉터 최웅철

 

 

 
 최웅철 씨는 웅갤러리의 대표이자, 『생활명품』의 저자이다. 약속 시간보다 늦은 필자를 반겨주던 최웅철 씨는 어딘가 천진해 보여서 소년의 이미지를 띠고 있었다. 웅갤러리에는 기획전 말고도 전통적이지만 현대적으로 디자인된 가구가 여럿 놓여있었는데 진변진용전의 아트디렉터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장면이었다.

 

 

기술은 보존하되 요즘 필요한 형태로 바꾸자
최웅철 디렉터는 자신이 전주 태생이라고 말하면서 전통문화에 전부터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전주시의 ONN브랜드라는 브랜드를 초창기에 이사를 맡아서 전주의 공예에 관한 일을 했었고 올해 초에 진변진용전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 경우엔 전통문화가 일제를 거치면서 이탈한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현대에 전통공예가 자연스럽게 이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한국 사람들은 왜 자신의 생일을 스스로 마련하고 축하하나?’ 라는 흥미로운 화두로 얘기를 진행했다. 그것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였다고 설명하였다. 예부터 돈 있는 사람들이 생일잔치를 벌여서 소리 하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을 불러다 소리와 그림을 시키고 숙식을 제공하고, 또 잔칫일을 도운 이웃들에게 먹거리를 나누는 ‘이유 있는 나눔’을 위한 풍속이 전해져 지금까지도 생일잔치를 스스로 벌이는 것이라 한다. 과거 전통시대 부르주아들이 사라지면서 전통공예에 종사하는 장인들을 뒷받침해주는 맥도 끊겼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렇게 소비와 후원 없는 전통공예 시장에 필요한 것이 지금 진변진용전 등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이다.


지금도 돈 있는 사람은 있으나 그 사람들이 전통 그대로의 가구를 살 리가 만무하다. 때문에 무형문화재도 있고 이수자도 있지만 그들이 생산하는 것을 소비할 사람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 삶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기술은 보존하되 요즘 필요한 형태로 바꾸는 것’ 그것이 진변진용의 기본 뜻이라고 한다.

 

 

 진변진용전 어떻게 준비되었나
 진변진용전은 이수자보호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무형문화재로 선정된 분들은 정부에서 지원금도 받고, 유명해진 탓에 일거리도 많아진다. 하지만 그 아래 이수자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비좁기만 하다. 전통공예에만 몰두하는 것도 좋으나, 리빙에 맞는 것을 만들고 시장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최웅철 디렉터는 말한다.


 진변진용전 준비 과정은 우선 공간분야와 설치분야 등에서 디자이너를 선정하고 다음 지원을 한 장인을 선정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쉽게 실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자개장, 칠장, 갓장 등의 분야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디자이너와 장인을 어울리는 조합으로 묶어준 것이 최웅철 디렉터의 역할이었다. 왜 장인 스스로 디자이너를 택하는 방식이 아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장인 혹은 디자이너가 스스로 어떤 상대와 어울리는지 판단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쪽을 다 아는 사람이 조정을 해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었다고 답하며 몇 번 더 진행되면서 데이터가 쌓이면 이수자들의 방향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콜라보레이션 작업 그 이후엔?
필자는 장인과 디자이너가 만나 작업하는 일이 긍정적인 부분도 많지만, 장인의 영역이 침범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인이 직접 디자인 하는 과정을 잃어버릴까봐 걱정되었다.


이런 노파심은 최웅철 디렉터의 한마디로 사라질 수 있었다. 이 진변진용전은 방향성 제시를 기본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장인들에게 ‘이런 방식도 있구나!’하는 제안을 보여주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의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소개하는 것, 소개에 긍정적으로 응한다면 그 다음에 디자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콜라보레이션이 시작된 동기였다.
 
콜라보레이션은 현재 전통공예 현실에서 대단히 필요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통공예가 디자인과 만나 지금 우리 삶에 맞추어 한발 다가오고, 그 결과 우리 역시 전통 문화에 한층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발전에 든든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를 걸어본다.

 


 글·사진 : 황수경 기자, 국립무형유산원 기자단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전통이란 끈에 대해 고심하며 공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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