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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 이야기

[국내리포트] 조선시대 양반집 뜰에서 맞는 동지冬至 - 2

  •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3-01-14 조회수5075

왕비가 어렸을 때 살았던 집부터 왕의 사위가 살았던 집까지


남산골한옥마을 내에는 서울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던 다섯채의 한옥을 이전ㆍ복원해 놓았다. 남산골한옥마을 입구에 위치한 천우각을 지나 다섯채의 한옥을 모아 놓은 한옥촌의 정문 오른편에는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三角洞 都片手 李承業 가옥이 위치해 있다. 1860년대 경복궁 중건 시 목수의 우두머리 격인 도편수 이승업이 지은 중인 가옥으로 조선후기 서울의 주거문화와 당시의 건축기술을 잘 보여준다. 본래 중구 삼각동 36-2번지에 위치했었던 이 가옥에는 1889년 이후 경주이씨 집안이 이 집에 거주하였으며, 1970년부터는 조흥은행의 사료관으로 사용되다가 1998년 남산골한옥마을이 조성되면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각 공간의 중요도에 따라 지붕의 높낮이와 모양을 달리하여 세련된 솜씨를 보여 주는 이승업가옥 안채의 곳곳에 설치된 난간과 툇마루는 편리하면서도 아름다워 1977년 03월 17일에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제 20호로 지정되었다.


이승업 가옥의 뒤편에 위치한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三淸洞 五衛將 金春永 가옥은 1890년대에 지은 것으로 조선시대 말 중앙 군사조직인 오위의 장인 오위장 벼슬을 지낸 김춘영이 살았던 곳이다. 이 집은 원래 종로구 삼청동 125-1번지에 있었으며, 김춘영의 손자인 김홍기에 이르기까지 사용되었다. 안채의 서쪽 벽이 골목에 직접 면하는 점, 대문간이 바로 트이지 않고 꺾어 들어가게 한 점, 대지의 모양에 맞추어 ㄱ자와 一자 모양의 건물들을 교묘하게 조합한 점 등은 점점 밀도가 높아지는 도시적 상황에 잘 적응한 서울 한옥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조촐한 양식을 보이는 집으로 1977년 03월 17일에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제 8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오위장 김춘영 가옥의 옆편에는 관훈동 민씨 寬勳洞 閔氏 가옥이 복원되어 있는데, 서울 8대가의 하나로 철종의 후궁인 숙의범씨淑儀范氏가 낳은 영혜옹주永惠翁主와 그의 남편 부마도위 박영효가 살았던 집이다. 원래 이 집은 이진승가李進承家로 지정되었던 민속자료로서 종로구 관훈동30-1에 있었는데 1983년 7월부터 경인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던 것을 이곳 남산골한옥마을로 옮겨왔다. 최초 건립시기와 건립자가 불명하나 민영휘가 1895년 안국동으로부터 교동으로 이주하면서 일대의 토지를 매입하여 일가를 거주하게 한 가옥이다. 이 가옥의 안채는 부엌과 안방이 모두 같은 방향인 것이 특징인데, 이는 개성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 양식으로 서울의 주택에서는 보기 드문 형식이며, 서울특별시 민속자료 제18호로 지정되어 있다.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祭基洞 海豊府院君 尹澤榮 齋室은 순종純宗의 장인인 해풍부원군 윤택영이 그의 딸 순정황후純貞皇后가 1906년 동궁 계비繼妃로 책봉된 후, 이듬해 황후가 되어 창덕궁에 들어갈 때 지은 집으로 추정된다. 이 집은 일반적인 주택이 아니라 순종이 제사하러 올 때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재실로 살림집 기능보다 제실 분위기에 맞게 지은 한옥이다. 안채와 사랑채의 공간을 대칭되게 만들면서도 내부의 공간 쓰임은 편리하게 배분했고, 이외에도 나무를 가공하거나 벽면, 창호 장식 등 세부를 처리하는 데서 고급 건축기술을 엿볼 수 있는 한옥으로 1977년 09월05일에 서울특별시 민속자료 제24호로 지정되어 관의 보호 아래 있다.


마지막으로 1910년대에 지은 것으로 알려진 옥인동 47-133번지 가옥은 순종의 황후인 순정효황후(1894~1966)의 큰아버지 윤덕영 소유였던 가옥으로 부재가 너무 낡아 옮기지 못하고 건축양식을 그대로 본떠 이곳에 복원하였다. 안채앞쪽만 기둥머리를 익공으로 치장하는 등 당시 최상류층 주택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옥인동 윤씨가옥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

 

 

▲ 오위장 김춘영 가옥

 

 

전통가옥 곳곳에는 집 주인들의 신분에 맞는 가구와 생활에 실제 쓰였던 기구와 생활용품들이 배치되어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윤택영 재실에서는 선조들이 쓰던 제구들과 제사 문화를 엿볼 수 있고, 관훈동 민씨가옥에는 혼례에 사용되었던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실제로 전통혼례 예약을 받아 열어주고 있어 살아 숨 쉬는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남산골한옥마을에는 이외에도 서울정도定都 600년을 기념하여 1994년 11월 29일에 서울의 도시모습, 시민생활과 사회문화를 대표하는 각종 문물 600점을 수장한 ‘서울 천년 타임캡슐’이 전통정원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국악예술의 진흥과 전통문화 체험의 전당으로 다양한 공연과 축제 및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남산국악당’은 시민들의 삶의 질의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전통공예관傳統工藝館에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기능보유자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관광기념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는 사계의 꽃으로 만드는 꽃차와 꽃 조각보, 중요무형문화재 제 48호 단청장 이수자의 단청작품 전시되고 있다. 매년 다른 내용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전통문화체험교실에서는 현재 미니 장승만들기, 미니 솟대만들기, 목편만들기, 짚공예 체험을 매주 주말에 사전예약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통정원 곳곳에는 임금님을 그리워하며 북쪽기슭 근정전을 바라보는 누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망북루 望北樓,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 6각 정자인 청류정聽流亭, 물고기가 유영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4각 정자인 관어정觀魚亭, 피금정披襟亭과 같은 정자가 복원되어 시민들의 산책로에 휴식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공간으로서의 남산골한옥마을

 

 


▲남산골한옥마을에서 바라 본 서울의 하늘

 

 

▲한옥촌 풍경


남산골 한옥마을은 한옥의 박물관화를 피하고 시민들이 함께하는 살아 숨 쉬는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하여 ‘2012 남산골 한옥마을 세시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중양절에는 국화전과 국화차 시음을 주축으로 한 전통행사를 개최하였고, ‘삼월 삼짇날 행사’, ‘한가위 민속한마당’, ‘남산골 달맞이 축제’, ‘단오’를 통해 시민들에게 세시풍속에 대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남산골 칠월칠석행사’에서는 직녀 베틀 및 물레 체험, 견우와 직녀 의상체험 등 가족단위가 아닌 커플들을 위한 컨텐츠로 가득채운 축제를 열어 큰 관심을 얻었다. 2012년 마지막 달인 12월에는 동지 행사를 비롯하여 전통문화 및 새해와 관련된 얼음조각을 전시한 얼음꽃 축제를 열어 추운겨울 남산골한옥마을을 찾는 많은 관람객들에게 한옥마을의 색다른 겨울 풍경을 보여주었다.


문화가 형성되고 향유되는 문화공간의 개념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서울에서도 가장 오래된 도심지인 중구에 위치한 남산골 한옥마을은 역동적인 문화공간을 형성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역사가 적층되어 장소의 자산 가치가 높은 중구의 한옥마을 내에서 끊임없이 제공되는 문화체험행사에 대한 경험은 공간 자체에 개성을 부여하고, 그곳에 관계하는 사람들의 역사ㆍ문화적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시음식과 풍속의 의미와 역사도 모른 채 형식적으로 행하는, 즉 이야기가 사라지고 있는 우리의 세시문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남산골한옥마을의 체험프로그램들과 축제들은 아이들에게 역사ㆍ문화 교육의 기능을 한다. 그러나 풍요롭고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과 행사들에 비해 빈약한 한옥촌 자체의 이야기를 보강하기 위하여 장소의 이점을 살린 남산과 관련된 이야기, 한옥에 살았던 인물들과 관계된 설화들을 가득 채워 스토리가 있는 남산골을 만들어간다면 한옥을 구경하는데 그치지 않고 과거 선조들이 거닐었던 뜰과 잠시 앉아 쉬었던 툇마루, 식사 준비를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어머니, 비오는 날 열어두었던 장독대 뚜껑을 닫는 새신부를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눈으로 그려보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책 속에 죽어 있던 전통생활문화사가 눈앞에서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남산골한옥마을 이용안내
개방시간: 4월~10월-09:00~21:00
11월~3월-09:00~20:00
관람료: 무료
문의: 02-2264-4412
남산골한옥마을 홈페이지: http://hanokmaeul.seoul.go.kr


국립무형유산원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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