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문서위치



무형유산 이야기

[국내리포트] 나무에 소용을 입히는 사람, 옻칠장 이의식

  • 작성자관리자 등록일2013-03-20 조회수6946

 전통 사회에서는 가구나 생활 집기 대부분을 나무로 제작했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무 제품이 많았다. 반닫이, 책장, 함, 서안, 수저, 주걱, 밥그릇, 소반, 찬기 등... 나무는 변할 수 없는 모습이 없다. 구하기 쉽고 가공성이 좋다는 것이 전통 생활에서 나무를 많이 사용한 이유이다. 이렇게 가장 중요한 장점이 있지만, 나무는 나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갖는 단점도 있다. 바로 습기에 약하다는 점! 나무가 물기를 머금으면 부패하기 쉽고 때문에 수명이 짧아진다. 무심코 지나쳤다면 모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보는 (또다시) 대부분의 나무 제품은 칠이 되어있는 것이다.

 

 

 

옻칠장 이의식 선생의 작품, 국화문함

 

 

옻칠장 이의식 선생의 작품, 주칠반

 


 칠은 이를테면 천연 페인트인 셈이다.
 칠은 도장용으로 사용되는 액체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고 칠하는 행위를 말하기도 하며, 옻만을 의미하기도 한다. 칠은 재료에 따라 종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이 알려진 옻칠에 대비되는 것으로 동백기름으로 하는 동백칠, 황칠나무 즙으로 하는 황칠, 콩기름으로 칠하는 콩칠 등 다양하다.
 이중 가장 명성이 자자한 것은 단연 옻칠이다. 옻칠이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는 몰라도 옻칠의 우수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옻칠을 했다는 것은 그 물건이 값어치가 크다는 말과 상통한다.
 우리는 왜 옻칠을 높이 평가하게 되었는지 알아보고, 천 년 넘게 써왔던 그러한 옻칠을 현재에 전하는 이 시대 명인을 만나기 위하여 옻칠장 이의식 선생을 찾아 나섰다.

 


 옻칠장 이의식

 

 


 

 이의식 선생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된 옻칠장이다. 개인 작품 활동 뿐 아니라 강의활동도 활발한데 전주대와 인천 카톨릭대에서 시간강사와 겸임교수로 재직하였고, 현재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연수원에 출강 중이다.
 그는 열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옻칠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남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했기 때문이다. 3~4년 전주의 옻칠공방에서 어깨너머 기술을 배우다가 칠기다운 칠기를 만들고자 상경한다. 성실과 열정으로 배움에 정진하여 십여 년만에 홀로서기를 할 수 있었고, 작품 활동에 정진한 그는 옻칠입문 사십 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가구에서부터 쟁반, 찻잔, 촛대까지 여러 가지 작업을 한다. 또한, 칠만 하지 않고 기물 디자인도 한다. 새롭게 디자인을 할 때는 영감을 얻기 위해 해외에 전시를 보러가기도 하는 노력파 장인이다. 수많은 세월을 이 일에 종사하여 갖가지 디자인을 이미 갖고 있음에도 새로운 디자인을 위하여 그만한 공을 들인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전통공예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미 있는, 전통적 디자인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진보적인 장인임을 알려준다.

 

 

 옻칠의 이로움
 일단 옻칠이 물리적으로 우수한 점으로는 건조 후에 내화(열)성, 내수성, 방부성, 방충성, 내산성이 강하다. 나무 제품이 제 기능을 하도록 하며 수명을 더해준다. 뿐만 아니라 동의보감에서 옻은 위장, 간, 심장, 폐, 콩팥과 같은 오장에 좋아 소화를 돕고 어혈을 풀며, 피를 맑게 하고, 몸속의 병균을 없애며, 배뇨를 돕는다고 하여 건강에도 좋다고 명시했고, 위장병, 신경통, 관절염, 피부병, 방광염, 골수염, 냉대하증, 자궁암 등에 즉효가 있다고 수록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우리 선조들은 옻칠기에 물을 담아 두었다가 소독제로 쓰기도 하였다고 한다.
 예전에는 옻에 색이 나게 하는 물질을 섞어 흑색, 주색을 사용했었는데 요즘에는 노랑, 파랑 등 컬러풀한 색까지 사용한다고 한다. 디자인 시대에 발맞추어 등장한 형형색색 옻칠은 젊은 감각의 소비자에게까지 눈길을 주기에 충분하다. 옻칠은 웰빙과 디자인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지혜인 것이다.

 

 

 옻칠장이 보는 전통이란
 인터뷰 내내 전통을 응용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은 잘못된 것이라는 확고한 생각도 볼 수 있었다. 그릇에는 열을 처리하기 위해 굽이 있어야 하는데 모던함을 위해 이 굽을 없애버리면 열을 내뱉지 못해 그릇이 갈라지고 기능을 못하게 된다는 예를 들었다. 현대 생활에 맞게 변화, 적용시키는 것은 찬성하지만 기능을 저해하는 디자인은 반대하는 것이다.
 사십여년 전통공예에 몸담은 그가 말하는 전통이란, 과거에서 후대로 이어주는 끈이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것을 받아 시대에 맞게끔 접목을 하여 활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수줍게 덧붙이는 모습에서 평소 전통을 겸손하게 대하는 자세가 비쳐졌다.

 

 

 

 

옻칠장 이의식 선생의 작품, 국화

 

작품사진출처 : 네이버 미술정보

글·사진·동영상 : 황수경 기자, 무형유산원 블로그 기자단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전통이란 끈에 대해 고심하며 공부 중이다.

 



컨텐츠 바로가기